'조선일보춘천마라톤'
그간 총 4회 참가 중 금년에는 좀 다른 의미에서 참가 하게 되었다.
그제와 어제가 같고, 어제와 오늘이 같은,그냥 물에 물탄듯 술에 술탄듯 그렇게 미적지근한 삶을 살아 오다가,
어느날 우연히 알게된 마라톤으로 인하여, 그간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에 매료되어 미친듯이 전국의 마
라톤대회장을 누비며, 나름대로 의미가 있고 즐거움이 있는 삶을 살고 있었다.
일단, 누구와 견주어도 체력에 자신이 있는 것이 그렇고, 평소 앓던 허리디스크, 술먹은 후의 숙취, 종합검진
에서의 소견등, 건강을 유지 할 수 있는 것과, 지금에 와서도 확실하게 느끼고 있는것은 내성적인 성격에도 변
화가 있었다는 것이다. 만나고 대화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멋대가리 없는, 직업과 관련된 사람들에 한정되어
있었던것에 비해, 마라톤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은, 이해(利害)와 관련이 없는, 다양한 직업과 남녀노소 누
구나, 달리기라는 취미 하나로 만나는 사람들 이기에 그러 했던것 같다.
해가 거듭 할수록 건강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점차적으로 어려움에 처하고 있는 건설업
계와 몇년 전 까지 만 해도 잘 나가던 선배들의 실직을 보았고, 불확실한 건설업계의 미래와 그 한 가운대 서
있을 내 자신도 그들과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에 무언가 돌파구가 필요 했었는데, 그것이 기술사 취득 이였다.
물론 기술사가 모든것을 해결해 줄 수는 없지만, 시대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그런 능력은 가지고 있지 않기
에, 지금의 내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선책 이라고 생각 했었다. 그동안 기사 자격증은 물론 기능사 자격증도
하나 없었고, 또 손에서 책을 놓은지가 25년이 넘는 그런 상황에서 공부를 시작 한다는 것도 그리 쉬운일은
아니였다.
이러한 결정도 마라톤 이라는 것을 하면서, 하면된다는 도전정신의 기틀이 되지 안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처
음에는 1km도 쉬지 않고는 달리지 못했던 나였는데, 10km를 완주하고 하프코스를 거처 42.195km를 달리면서
횟수가 거듭 할 수록, 그 거리도 달리기에 대한 욕구인지 아니면 성취감의 반감인지 100km울트라마라톤 까지
완주하게 되면서, 노력하면 안될것이 없다는 생각에 무작정 맨땅에 헤딩하는 격으로 시작 했었다.
새벽시간의 조깅은 물론 미친듯이 쫓아 다니던 대회들도 모두 접고, 목표를 이루기 전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
겠다는 각오로 공부에만 열중 했었고, 운도 따라 주었던지 남들보다 짧은 시간에 결실을 보게 되었는데, 그 후
유증도 만만치 안았다. 몸무게는 예전으로 되돌아 갔고, 배도 나오고 허리도 굵어져 옷도 맞지 않고,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보험사 에서도 받아 주지 안을 정도의 건강에 대한 이상징후 였다.
일단의 목표도 달성 했으니 이제는 예전의 취미와 건강을 되찾는 일 이다. 휴일이면 마라톤대회장에만 전전긍
긍 한다고 왕따를 시키던 가족들도 이제는 적극적으로 응원 하여 그 힘으로 다시 시작한 마라톤이지만, 새로
운 현장에 배치되어 운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은 예전에 비해 좋지가 못했다. 그런 이유로 우리나라 3대 메이저
대회중 하나인 조선일보 춘천마라톤대회 에서는 기록을 떠나 완주에 목표를 두고 참석하여, 카매라를 들고
달렸었다.
<조선일보 춘천마라톤대회 코스도>
<급수와 간식 배치>
출발 2시간 전, 조금 일찍 나온다고 나왔는데 거리가 복잡 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동호회나 각 단체에서 타고온 버스들도 거리를 메우고.....
운동장 입구에 설치한 대형 현수막이 참가자들을 반기며,
참가 선수와 가족들로 서서히 춘천종합운동장은 메워진다.
출발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물품보관소앞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성남에 살고있는 친구와 그 일행을 물품보관소 앞에서 만났다. 총 8명으로 구성된 마술사 회원들 '마술사'란
'마라톤과 술을 사랑하는 모임'이라나.
조선일보 춘천마라톤의 배번은 참가선수들의 기록순으로 정해 지는데, 그중에서도 내 배번이 가장 빠르다.^^
입고 간 옷들과 보따리들은 물품보관소에 맞기는데, 시간이 다가 올 수록 탈의실 앞과 물품보관소 앞이 많이
붐빈다.
나도 물품보관을 마치고 운동장 안으로 들어 섰다.
참가 인원이 많은 관계로 출발은 기록순이다. 약 2,000명을 1개 그룹으로 A~L그룹까지 12개 그룹으로 나뉘어
순차적으로 출발 하는데, 총성이 울리고 마지막 주자가 운동장을 벋어 나는대 걸리는 시간만 40분이 넘게 걸
린다고 한다.
기록이 늦은 사람이 앞쪽에서 출발하면 실격처리에 다음대회에도 참가하지 못하는 규정이 있지만, 그래도
간혹 본인기록보다 앞쪽에서 출발하는 사람들이 있어 이렇게 푸른옷을 입은 진행요원들이 A,B그룹의 출입은
제한 한다. 나도 B그룹으로 이렇게 특별히 보호받는 그룹에 속해 있다.^^
주최측에서는 참가선수와 가족들을 모두 합하여 5만명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지자체중에 작은 곳은 1개군
전체가 4만명 안팍인 곳도 여러곳 있는데, 그것과 비교하면 이 대회에 참가하지 안은 사람들도 현장 분위기
를 짐작 할 수 있을 것이다.
엘리트 선수와 A그룹이 출발하고 이제 B그룹인 나도 출발이다.
춘천시내 도로를 가득 메운 주자들.
그룹별 출발을 한다고 해도 처음에는 떠밀리다시피 달려야 되고, 내 페이스보다 늦은 사람들을 이리저리
피하면서 달려야 한다.
3km지점, 이제 서서히 사람들간 간격들이 맞추어 지는듯 하다.
춘천마라톤이 인기가 있는것은 이러한 천해의 자연경관을 감상하면서 오염되지 않는 맑은 공기를 마시며
달릴 수 있는 코스와, 교통통제로 실강이를 벌이는 타 도시에 비해 춘천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한몫 하는
것 같다.
그 혜택은 주최측과 달림이들도 누리지만, 참가 선수들만 17,000~24,000명과 가족들을 합하여 약5만여명들이
모여들어 막국수와 닭갈비의 고장에 와서 그냥 가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며, 숙박까지 생각한다면 춘천시
민들도 함께 혜택을 누린다고 볼 수 있다.
첫번째 급수대.
스펀지 지급대.
각자 등에는 내가 살고 있는 고장과 내가 몸담고 있는 단체,직장,혹은 '우리아들 ㅇㅇ수능 대박'등 다양한
광고들을 달고 달리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그 먼 제주도에서 참가한 사람도 볼 수 있었다. 이번에 제주도에서 59명이 참가 했다고 한다.
마라톤을 축제로 여기며 다양한 모습으로 참가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슈퍼맨 복장도 있고,
쭈꾸미 모형을 뒤집이 쓰고 자기내 식당 광고 하는 사람,
한쪽 다리는 의족을 한체 완주를 한 사람도 있는데, 자그만치 7시간 20분만에 골인 했다고 한다.
태극기를 들고 굴렁쇠를 굴리면서 달리는 사람, 양복을 입고 달리는 사람, 유모차를 끌고 달리는 사람등
달리는 모습들도 각양각색이다.
마라톤 코스에 접해있는 마을들을 지날때면 어김없이 마을 단위의 사물놀이패들이 나와 달림이들을 응원하며
흥을 돋운다.
어떤이들은 이런 사물놀이 앞에서 장단을 맞추며 춤을 추다가 가는 달림이들도 있다.
춘천경찰서 서면파출소 앞에는 직원들이 모두 말끔한 정복을 입고나와 응원을 하고 있어 나도 답례로 박수를
처주면서 지나갔다.
이렇게 풍광을 즐기며, 또 주민들의 응원을 받으며 시간 가는줄 모르고 달려온 거리가 벌써 20km다, 예전
같으면 1시간 30분대의 시간으로 통과 했을 거리인데, 벌써 1시간 46분을 넘어서고 있다.
이제 부터는 인접한 마을도 없고 춘천댐을 향한 은근한 오르막으로 모든 사람들이 힘들어 하기 시작하는 시기
이다. 이러한때에 자원봉사를 하는 한 여학생 때문에 웃을 수 있었다, 그 여학생은 간식중에 초코파이 담당으
로, 초코파이를 주자들이 먹기좋게 비닐을 벋겨서 테이블위에 올려 놓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부지런히 정신
없이 계속 올려 놓고 또 올려 놓아도 끝이 없자 '나 이제 초코파이 안먹을 꺼야!' 하고 소리친다. 초코파이에
질렸다는 얘기다.
이제 25km지점 멀리 춘천댐이 보인다.
춘천댐을 지나 약간의 오르막, 벌써부터 걷는 사람이 눈에 띈다.
조금 더 가자 다리에 쥐가나 아예 길바닥에 들어 누워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는 사람이 있고,
이렇게 낙오된 사람들을 실어 나를 버스들이 줄지어 서 있다. 이번 대회에 버스만 80대가 동원이 되고, 급수와
간식등을 실어나르는 트럭이 18대가 투입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중간 중간에 임시 화장실도 설치된다.
의료 봉사들도 지금부터는 바쁘게 움직여야 된다.
인라인 페트롤도 있고,
구간 의료 봉사원들과,
각 단체에서 나온 자원봉사자들은 의료봉사와 광고용 먹거리를 제공한다.
32km를 넘어 힘을 북돋우고 있는 여학생들,
북을 들고나와 응원하는 주민들,
35km지점,
아이고~ 힘들다. 다리도 말을 듣지 않고.....
인근 식당이나 주유소,카쎈터등 에서도 이렇게 물이나 맥주 같은 음료수를 내놓고 주자들에게 나누어 준다.
이제부터가 정말 마라톤이라고들 한다.
누구나 힘들고, 에너지는 고갈되고, 근육은 경직되어 머리에서는 달리라고 명령을 내려도 다리는 명령을 거부
한다. 모두가 따로따로 논다는 얘기다.
전화부스를 붙들고 씨름하는 사람들,
전주를 붙들고 사정하는 사람들,
주저 앉아서 오리걸음으로 다리를 풀어보는 사람들,
아예 넋놓고 주저 앉아 다리가 풀리기를 기다리는 사람들, 정말 천태만상이다.
지금은 그래도 4시간 내에 골인하는 주자들이니 이정도이지, 5시간을 넘기는 무리들은 이루 말 할 수
없으리라.
모두들 힘든 시점에서 응원하는 아가씨들,
예쁘기도 하지~^^
더운 날씨가 아니라서 그런지 대부분 분수를 피해서 간다.
어느덧 40km,
길거리에 마중나온 가족들과 응원하는 시민들 덕분에 마지막 힘을 쏟으며 달린다.
40km라는 표지판앞의 붉은 매트는 5km간격으로 전자 칩을 이용하여 각자의 기록을 체크해 주고, 이 기록들은
실시간으로 기다리는 가족과 본인의 휴대전화기로 문자 서비스를 해 주어 기다리는 가족들도 어떤 속도로
어디쯤 달리고 있는지 알 수 있게 해 준다.
산 더미 처럼 음료수를 쌓아 놓고 주자들을 기다린다.
이런 응원들이 채력을 소진하여 정신력 으로만 달리는 주자들에게는 많은 힘이 된다. 우측 연두색 옷을
입은 두사람은 벌써 골인하여 메달을 목에걸고 동료들 응원을 나온다.
구경나온 시민들 사이로 힘겹게 힘겹게 달리고 있다.
아!~ 이제 운동장이 보인다. 조금만 더 가면 골인지점, 그 힘든 여정이 끝나는 시간, 그러나 운동장 안으로
들어서서 마지막 400m트랙 한바뀌는 1km도 넘는듯 느껴지고 42km를 달려온 사람답지 않게 멀게만 느껴진다.
골인후 두다리 벋고 누워있는 편안함,그 무엇이 부러우랴.
골인후 칩 반납장소 까지 이어지는 마지막 자원 봉사자들.
골인후 동생과 함께.
칩 반납하고, 옷 갈아 입고, 지인들 만나 인사나누고,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운동장 입구로 나오는데,
그때까지 많은 주자들이 달려 들어오고 있다. 아마도 날이 어둑어둑해 질때까지 들어올 것이다.
100리가 넘는 그 먼거리를 달려오고도 저렇게 웃을 수 있는것은 그만큼 성취감이 크기 때문이리라.
이렇게 부부가 함께 참가한 사람들도 많이 볼 수 있었다.
마라톤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 기분을 어떻게 알겠어~^^
기록을 버리고 건강을 위하고 즐긴다는 생각으로 달리다 보니 또다른 재미가 있었다. 마라톤에 입문을 하고
초기에는 손목에 차고 있던 시계도 부담이 되어 후반에는 벋어 버리고 싶을 정도 였는데, 이제는 카메라를
들고 여러 광경을 담을 수 있다는것에 기분이 좋다. 사실 여기에 올린 사진은 많지 않지만, 실지는 이것의
몇배는 많이 찍었고, 달리다 정지하여 찍고 또 달리고를 반복 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일은 아니다.
그것도 SUB-4로.^^
<약 8km지점>
<마지막 운동장 트랙을 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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