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유/마라톤

제5회 햄 강화 울트라마라톤대회

dalmuli 2006. 8. 29. 15:40

9월30일 고향인 영월에서 동강250리 울트라마라톤을 개최 한다기에,

그래도 마라톤을 한다고 하는 사람이 고향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 하지 않을 수야 있나.

나도 이제 마라톤 입문 5년차, 마라톤을 한다고 하는 사람은 많이들 알게 되었고,

그러니 고향 사람들은 말 할 것도 없지 않겠는가.

외지에서 영월로 들어온 사람들과 학교 선 후배들

이들이 주축이 되어 대회를 한다고 하니 참가 하지 않을 순 없지.

그래서 앞뒤 가릴것 없이 신청을 했다.

 

직업상 시간이 맞지 않아 마라톤클럽 이라는 곳에는 가입 하지도 못하고

혼자 운동을 하다보니 훈련량이 적을 수 밖에 없다.

'연습으로 어느 대회를 선택 할까?' 하고 대회를 찾다가

시기와 코스길이도 알맞고, 또 평소에 알고 지내던 분이 조직위원장으로 있는

햄 강화 울트라마라톤대회를 택하게 되었다.    (HAM(햄)=아마추어무선사)

 

울트라마라톤을 한다고 하면 1개월에 훈련 거리가 300km가 넘어야 된다고 하는데,

더운 날씨와 무좀 치료 한답시고 먹는 약이 독해 비실 비실 하며

6월달엔 100km 7월에 75km 밖에 달리지 않았으니.......

 

'과연 완주나 할 수 있을까?'

'가는데 까지 가 보는 거야'

'제한 시간이 10시간이니 후반엔 걷더라도 완주야 하겠지?'

하는 생각과,

 

'내리막과 평지는 달리고 언덕은 무조건 걷는 거야'

'절대 다른 사람의 페이스에 신경 쓰면 안되'

'기록에는 신경 쓰지 말고 시간 내 완주만 하자'

하는 나름의 작전을 구상 하면서 대회장에 도착 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들도 만나고,

주최측에서 마련해 준 저녘 식사도 맛있게 먹었다. 

  

 

출발 1시간전,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더니 빗 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비가 오더라도  중반 이후에 오길 바랬는데....

스트레칭을 위해 운동장에 모이라는 방송을 계속 하는데

사람들은 각자 천막 속에서 나올려고 생각을  않고,

'여러분들 오늘 안뛸겁니까?'하는 사회자의 멘트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

  

 

다행히 비가 그처 스트레칭을 하고 불꽃으로 무사완주를 기원 한다.

 

출발 시간이 다가 오자 주위 분위기가 갑자기 가라 앉는 것 같다.

중학생쯤 되 보이는 딸이 아빠를 끌어 안고 입을 맞추는 모습과,

무리하지 말라며 남편을 걱정하는 아내의 모습들은

꼭 전쟁터에 나가는 사람을 배웅하는것 같다. 

 

 

드디어 출발,

다른 마라톤대회와는 달리 모두 출발이 느긋하고 여유만만,

나도 그 무리들 틈에 끼어 물 흐르듯 주위 사람들과 속도를 맞추어 밀려 나간다.

 

내일 아침 이곳을 무사히 내 발로 뛰어서 들어 올 수 있게 되길 바라면서....

 

똑같은 선 상에서 출발 하지만,

내일이면 우리내 인생처럼 희비가 엇 갈리겠지? 

 

사전에 준비를 어떻게 했느냐?

주로에서의 계획은 어떻게 세웠는 가?

준비 한데로 계획 한데로 얼마나 잘 지키며 달리느냐? 에 따라 성패가 결정 되겠지?   

 

출발부터 아는 사람이 없나,주위를 살피며 달린다.

경찰들의 호위를 받으며, 길을 가는 사람들의 응원과 박수 소리를 들으며 강화 시내를 달린다.

 

각자 먼 거리와 긴 시간의 지루함을 달래줄 파트너를 정해 달리지만 나는 혼자다.

얼마 가지안아 좋은생각님을 만나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데,

파트너가 누구냐는 질문에 옆의 남성분을 가르킨다.

그런데 그 남자는 우리와 멀리 떨어저 달리고 있다.

아마도 내가 신경이 쓰인 모양이다.

그래서 '나 때문에 떨어저 달리는 모양인데 나는 먼저 가겠다'고 말하고는

앞서 나간다. 어차피 속도도 맞지않을 뿐더러 코스도 100km라 나와는 함께 할 수 없는 사람이다.

 

마인님,이프님을 차래로 만나 약간의 동반주를 했지만 역시 속도가 나와는 맞지 않는다.

이제는 정말 철저하게 혼자가 된다.

훈련부족을 감안하면 오히려 심적인 부담은 줄어든 샘이고

내 나름의 계획대로 달릴 수 있다는 점에서는 잘된 일이라 생각 된다.

 

15km지점, 달리는 자세의 연구를 위해  룰루(김동환)님께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어 별도로 요청하여

나도 한컷 하고,

           

 

대부분 달림이들이 길옆에 있는 슈퍼마켓에 들러 아이스크림과 음료를 사고 있어 나도 스포츠음료

하나 사들고 나온다.

처음 계획한대로 언덕이 나오면 걷고 내리막과 평지는 달리면서 약2.5km마다 수분 섭취를 한다.  

 

20km지점에 이르니 추최측에서 준비한 가래떡을 나누어 준다.

그런데 물은 벌써 바닥이 나 있어 어떤 참가자는 자원봉사자들 에게 마구 욕설을 하는데,

정말 왜 저럴까? 하는 생각이 절로 난다.

어차피 서바이벌 이기 때문에 안줘도 그만인 것을....

'처음부터 주지 않는다고 했으면 가지고 왔을거 아니냐?'고 하는

그의 말도 이해가 가지안는것은 아니지만......

 

100km 주자들은 직진을 하고 65km코스는 우회전을 한다.

그래도 선두권에서 달렸는데,

중간에 대장을 비우느라 시간지체를 해서 얼마만큼의 위치에 있는지 전혀 분간이 가지 않는다.

앞을 봐도 달리는 주자는 전혀 보이지않고...

내가 주로를 이탈했나? 하는 생각에 뒤를 돌아보니 아득하게 불빛 하나가 움직이는 것이 보여

이내 안심을 한다.

 

얼마나 달렸을까?

가족인듯한 사람들이 모여 열심히 응원을 하고 있는데,

그중 한분이 나를 보고 65등이라며,'65km구간에 65등 입니다'라고 하며,

별것 아닌것에도 의미를 붙여 힘을 불어 넣어 준다.

 

30km쯤일까?

중간식사 지점에서 시원한 물수건으로 목을 맛사지 해주는 그 감촉은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신선한 것이었고, 국밥도 두그릇이나 비울정도로 맛있었다.

45km지점에서 주는 수박화채도 두그릇이나 비우고...

이렇게 많이 먹는데 이것들이 모두 어디로 가는지 이상할 정도다.

 

이윽고 50km지점,

시작전에 우려했던 우측 무릅에 통증이 심해서 도저히 전진을 할 수 없다.

어떻게 된 것인지 걷는것이 오히려 통증이 더 심하다.

비는 쏫아저 길바닥에는 물은 흥건한데,

그냥 주저앉자 맛사지를 하며 미리 준비해간 무릅보호대를 착용하고 달려보니 한결 좋다.

별것 아닌것처럼 생긴것이 이렇게 효과가 좋을 줄은...

(시간이 흐른 지금 생각하니 '미리 착용했으면 좋았을걸' 하는 후회도 해 본다.)

 

7~8km를 별 부담없이 잘 왔는데,

또다시 무릅 통증이 시작된다.

이제는 정상적인 걸음이 되질않고, 아픈 다리를 옆으로 이동후 땅을 딛는

이상한 자세 라야 그나마 전진을 할 수있고,

천천히 달리면 걷는것보다는 고통이 덜 하지만 달림으로 인한 또다른 고통이....

비는 억수같이 쏫아져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이고...

 

 

얼마를 갔을까?

룰루님이 다시 나타나 사진을 찍으며, 3km남았단다.

3km라는 말에 힘을 얻어 열심히 달리는데,갈림길이 나온다.

우측으로 가야될것 같은데, 표지판은 좌측으로 되있고 저 앞을 보니 두사람의 주자가 달리고있어

나도 좌측 방향으로 달려 간다.

한참을 가다보니 주최측인듯한 사람이 차를 타고와서 되돌아 가야 한다고.....

다리는 아파 죽겠는데 되돌아 가라니, 정말 어이가 없다.

바람이 불어 날아간 간판을 잘못 세워 놓은 것이다.

 

골인지점은 단 100m를 두고도 힘이 드는데 장장 2km를 더 달려 골인 했다. 

 

8시간 44분에 70등으로 골인했다. 

 

100km 421명, 65km 236명 참가자 합계657명중

100km 288명 완주 68.4%

65km 197명 완주 83.4% 전체완주율 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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