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에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 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한 포기 없는 이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다만,
잃은 것을 찿는 까닭입니다.
윤동주
초부가 하루종일
나무찍다 돌아갔을 길을 간다
계곡과 맞은 산에
흘러가는 물과 구름
초부의 사라진 자취를 더듬어 가면
이길은 바단가 구름인가
한 마리 나비처럼
작은 몸메에
잡목함께 햇빛을 받으면서
한나절 산길에 길이 멀다
누가 지나갔을 갈림길에서
마음 서운하여 돌아보며 가는길에
길의 비롯함은 어디서인지
말해 줄 아무도 없다.
최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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