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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펠탑 위로 쏘아올린 나의꿈.

dalmuli 2006. 8. 26. 08:17
<에펠탑 위로 쏘아올린 나의 꿈...29회 파리마라톤 완주기>
                                              ---- 이 의 호 ----
1975년과 1999년...
이 두해는 저에게는 크나큰 의미가 있는 해입니다.
1975년엔 지금의 아내와 결혼을 하였고...
1999년엔 지금의 아내와 마라톤을 시작한 해이기 때문이지요.
30년 전... 
우리는 결혼 30주년이 되는 해에 멋있는 여행을 약속했었고
6년 전...처음 달리기에 입문하면서 
저는 세계 4대 마라톤(보스톤,뉴욕,베르린,파리)대회
참가를 꿈꾸었답니다. 
꿈은 꾸는 자만이 이룰 수 있다 했던가?....
그래서 우리는 ...
저의 4번째 꿈과 우리의 결혼 30주년을 위한 마라톤 여행을 
하기 위하여 2005년 4월8일 13시 35분발 파리 행 대한항공
901편에 몸을 실었습니다.

당초엔 에어 프랑스를 이용한다 하여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으나 다행히 에어프랑스와 대한항공 간에 좌석 공유협정이
있어 에어프랑스 티켓으로 출발 때는 대한항공을 귀국 때는
에어프랑스를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세 번 (보스톤,뉴욕,베르린)의 대회참가로 인하여 처음
해외여행 때와는 달리 조금은 편한 여행이 될 줄 알았으나
매번 미지의 세계에 대한 기대와 불안감은 우리 부부를 
초조하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친절한 기내 승무원과 점심 기내식인 비빔밥을 먹으면서 
점점 여행 분위기속으로 빠져들었죠.
그렇게 우리는 11시간35분을 비행하여 궂은비가 하염없이 
나리는 샤를드골 공항에 착륙한 후 입국수속을 준비 하였습니다.
트랩을 빠져 나오자 곧바로 세관원들의 까다로운 검사가 있었고 
일행과 잠시 대열에서 떨어진 우리 일행(4명)은 승무원이 
안내한대로 따라가 셔틀 버스를 타고 도착해보니 그곳은 
소화물 찾는 곳이 아닌 프랑스 국내선이 운행되는 제2 터미널
환승구역이 아닌가????
프랑스어엔 까막눈인 우리는 아연실색...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우왕좌왕하다  구세주 같은 교민의 도움으로 다시
셔틀 버스를 타고 제1터미널로 돌아와 소화물 찾는 곳에 가보니
우리 일행의 짐만 세 개가 덩그러니 놓여 있고 현지의
대한항공 직원은 우리가 실종(?)되었나 하여....
어찌했던 우리는 무사히 입국수속을 마치고 학수고대 기다리던
가이드의 환영(?)속에 프랑스 땅을 밟게 되었습니다.

어슴프레 어둠이 깔리는 드골공항에서 가이드가 몰고 온 
밴에 탑승하여 20-30분 달려 파리 시내에 도착 한인식당 
"가람"에서 김치찌개를 곁 드린 저녁을 맛있게 먹은 후
줄기차게 쏟아지는 비를 뚫고 파리의 신도시 라 데팡스에
위치한 "머큐리 라 데팡스 호텔(Mercure La Defence Hotel)"
에 도착하여 방 배정(705호실)을 받은 후 여장을 풀었습니다.
밤새 나리는 빗소리에 내일 있을 부랙퍼스트런(Breakfast run)
걱정으로 잠을 설치다 눈을 떠보니 01시 10분.....
시차 적응을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더 자두자고 안간힘을 써보아야
달아난 잠은 이내 오질 않아 우리부부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니 다행히 비는 그쳤으나 바람소리가 세차게 들리고
밤새 기온은 급강하 하여 초겨울 날씨를 연상케 하였습니다.
1. 부랙퍼스트 런(Breakfast run)에 참가하다.

일행이 4명인 관계로 첫날 일정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한 우리는
전철을 이용 출발지인 유네스코 건물이 있는 에꼴밀리떼 역에 도착
하여보니 06시 30분... 어둠이 깔린 유네스코 건물 앞엔 대회준비에
바쁜 인부들의  분주한 모습만 보일뿐 참가자나 진행요원의 모습은
보이질 않는 게 아닌가?...
08시30분의 출발시간을 07시로 잘못 안 우리는 근처에 있는
Awx Minst(장관들)이라는 바에서 핫 초코렛으로 추위를 달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이른 아침을 해결하려고 온 노동자들이
모두 자리에 앉지 않고 카운터 근처에서 바글바글 거리며 
서서 식사를 하는 게 하도 이상하여 연유를 알아보니 프랑스에서는
써빙을 받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자리에 앉는 것과 서 있는 것,
카운터에서 거리가 멀수록 요금의 차이가 많다는 사실에 놀랐고
인심이 넉넉한 대한민국이 자랑스러웠습니다.
악대의 연주 소리에 놀라 밖에 뛰쳐나온 우리는 그사이 구름처럼
몰려온 참가자가 유네스코 광장을 메우고 있어 부랴부랴 배번을
수령하여 가슴에 부착하고 한국에서 참가 차 온 자산공사 일행
6명과 저의 뉴욕마라톤 동기인 철녀 이 경희 씨를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간단히 사진촬영을 하고 서서히 움직이는
대열 속에 묻혀 달리기 시작 했습니다.
유네스코 광장을 출발하여 내일 있을 마라톤대회의 골인지점인
개선문 까지 5-6KM 구간을 달리는 부렉퍼스트 런은 세계에서 모인
3만6천명의 참가자들이 우정을 나누고 대회 페이스 감각도 익히는 
대회인데 골인 점엔 배번을 부착한 참가자만 입장을 할 수 있고
그곳엔 과일, 빵, 음료수가 풍성히 쌓여있어 배부르게 아침을 
해결한 후 전철을 이용 엑스포장으로 출발을 하였습니다. 
2. 엑스포에서 배번을 수령하다.

지금까지 세 번의 해외마라톤(보스톤,뉴욕,베르린) 엑스포를 
보았지만 파리 마라톤의 엑스포도 규모면에서나 질적인 면에서
손색이 없었습니다.
배번과 함께 주는 기념 티도  아주 작은 것부터 싸이즈가 준비되어 
몸에 맞는 것을 선택 할 수 있게 배려했고 스포츠 용품 매장에도
수많은 업체가 참여하여 눈이 휘둥그레 해질 정도의 많은
상품을 판매하고 있어 이런 축제의 장이 없는 우리로서는
부럽기만 할 따름 이었습니다.
18963번 18964번
이번호가 저와 아내가 내일 마라톤에서 달고 달릴 번호입니다.
엑스포 장에서 스포츠 용품 쇼핑을 마친 우리는 파리의 
끝 쪽에 위치한 프랑스 왕정의 영욕이 서려있는 베르사이유
궁전을 관람하고 전철을 이용 시내로 나와 프랑스의 대표적인
요리인 달팽이요리(에스카르고)로 저녁을 먹은 후 호텔로
돌아와 내일 있을 대회를 위해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3. 마지막 꿈을 향해 달리다.

눈을 떠보니 시계는 01시 30분,
더 자야 한다고 이불을 뒤 집어 쓰고 잠을 청해 보지만 
다소 긴장한 탓인지 더 이상 잘 수 없어 뒤척이다 이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습니다.
옛 속담에 “시집가는 날 등창난다”라는 말이 언 듯 생각나 
아내와 함께 조심스레 유연성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3년 전......
C 일보 마라톤 대회를 6개월 동안 죽도록 준비하였는데 대회 날 
아침 아내의 신발 끈을 매주려다 허리를 다쳐 대회도 못 뛰었던 
아픈 추억이 어렴프시 떠올랐습니다.
가이드가 준비한 찰밥 도시락으로 속을 채운 우리 일행은 전철을
이용 마라톤 출발지인 개선문 광장으로 향했습니다.
파리 마라톤은 개선문 광장 앞 샹제리제 거리에서 출발하여
파리 시내를 횡으로 달려 Bois de Vincennes(빈센느 숲)을 돌아
세느 강변을 끼고 달리다 반대쪽의 Bois de Boulogne(블로긴 숲)을
지나 개선문 광장에 골인하는 환상의 순환 코스입니다.
07시 전철에서 내려 개선문 광장에 도착하니 아직 이른 시간임에도
형형색색의 참가자와 가족들로 붐비고 웅장한 악단들의 신나는 연주가
흥을 돋우고 있어 어깨춤이 절로 나왔습니다.
서둘러 출발지의 반대쪽 개선문 광장에 마련된 물품 보관소에 
완주 후에 입을 옷가지들을 담은 배낭을 맡긴 후 평소엔 접근조차
안 되는 개선문 아래서  스트레칭을 한 후 오색 물결이 일렁이는 
출발선에 서서 출발을 기다렸습니다.

파리 마라톤 참가신청은  3단계로 참가비의 차등을 두는데
전년도 9월6일-11월2일   42 유로
      11월3일-12월31일  54 유로
       1월1일- 2월20일  66 유로
      오퍼레이터를 통한 참가비는 100 유로입니다.
아울러 출발선에서의 출발 순서는 배번에 색깔로 시간대가 표시되는데
3시간 이내 완주자는 빨강색
3시간15분 이내 완주자는 노랑색
3시간30분 이내 완주자는 파랑색
3시간45분 이내 완주자는 보라색
4시간00분 이내 완주자는 그린색
4시간30분 이내 완주자는 핑크색입니다.
08시 45분.....
사회자의 출발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우렁찬 대포소리와
함께 샹젤리제 거리를 꽉 메운 3만6천명의 웅장한 참가자 대열이 
서서히 움직이며 42.195Km의 대장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저의 세계 4대 마라톤대회 참가의 마지막 꿈이고 저희 부부의 
결혼 30주년 기념인 이번 마라톤 여행만큼은 무언가 추억을 만들어야
겠다는 각오아래 우리부부는 디카를 휴대하고 허리가방에는 
태극기 문양의 뱃지를 다량 준비하여 대열의 후미에서
응원관중의 함성에 묻힌 채 천천히 천천히 달리기 시작 했습니다.
주로변엔 2012년 올림픽을 유치하려는 염원이 담긴 
로고 깃발이 펄럭이고 주로 중앙엔 일정한 간격으로 헌 차량을 
배치하여 놓았는데 볼일(?)이 급한 주자들은 이 차량을 향해
소변을 보고...
주로 변을 꽉 메운 응원관중과 악단들의 신나는 연주,
고풍스런 거리의 풍경들,

달리면서 연신 디카의 셔터를 누르고
응원하는 어린이들 에게 달려가 태극문양의 뱃지를 선물하며
코리아를 홍보하고...
콩코드 광장을 지나  이집트에서 통째로 배에 실려왔다는 
전승 기념탑을 지날 때는 병인양요때 이들이 훔처간 직지심경이
생각나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달렸습니다.

10Km 지점부터 달리게 되는 빈센느 숲은 원시림에 가까운데
하프지점까지 무려 10여K나 지속되고 이어 나타나는 세느강변을 
끼고 달리는 코스는 한마디로 환상 그 자체였습니다.

세느강의 물살을 가르며 떠가는 유람선에선 관광객들의 응원 함성이
귀청을 때리고 강가에 위치한 루브르박물관, 노틀담 사원, 등


고풍스런 건물들은 한폭의 그림같고.... 세느강변 주로가 끝날 때 쯤
나타난 웅장하고 아름다운 에펠타워....

저희 부부는 달리는 걸음을 멈추고 에펠탑(321M) 꼭대기 위에
걸려있는 한조각의 뭉개 구름을 향해 저의 4번째 꿈을 쏘아 올렸습니다.
“나는 해냈다 ”라고.............................
34Km부터 시작되는 블로긴 숲 역시 원시림으로 빈센느 숲과 더불어
파리의 허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데 달리는 저희 부부도 
공기가 어찌 상쾌하던지 피로가 싹 가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호사다마였던가... 
이때부터 저의 왼쪽 발목과 오른쪽 무릅이 번갈아 가며 통증이
오기 시작 하는데 스트레칭을 번갈아 가며 하면서 이를 악물고
멀어져 가는 아내를 쫒아가느라 혼신의 힘을 다했습니다.
40K를 지날 무렵 앞서가던 백발의 노익장 런너가 장애물에 
발이 걸려 앞으로 넘어지면서 안면에 심한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며 일어나질 못해 부축하여 인근의 구호소에 안내한 후
나머지 1Km를 달리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습니다.
저 멀리 개선문이 가몰 가몰 보이기 시작하고 응원관중들의
함성소리에 다리의 통증마저 잊은 채 아내의 손을 잡고
저의 4번째 꿈의 훼니쉬 라인을 향해 힘차게 달렸습니다.
4시간 43분 !!!
이것이 저의 4번째  꿈의 결실이자 우리부부의 결혼 30주년을
빛내는 주옥같은 선물입니다.


저는 이번 마라톤 여행을 지난 30년간 저와 고락을 함께한 
사랑하는 아내 장경란에게 바칩니다 !!!..........

아울러 이번 마라톤 여행에 함께한 저의 105회 보스톤
동기인 이병록 아우님과 서일석 아우님 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이번 여행을 주선하여 주신 여행춘추의 정동창 사장님과
양찬우 부장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105회 보스토너
 34회 뉴요커
 31회 베르리너
 29회 파리지앵     호접란부부  이의호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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